자전거

자전거 라이더의 품격(필수 장비 리뷰_02)

propeller 2025. 3. 12. 09:13

대한민국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보면, 유독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클로킹(Cloaking)이다. 우리말로 하면 '은폐'. 저그의 땅굴 파기도 일종의 클로킹이다. 클로킹을 주력으로 하는 유닛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저그의 럴커, 테란의 고스트/레이스, 프로토스의 다크템플러/아비터 가 이에 해당한다. 유닛 종류만 봐도 PTSD가 오며 호흡이 가빠지며 짜증이 치미는 이 클로킹을 자도에서 본다면? 단순 짜증을 넘어 목숨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야간에 자도를 나가보면 이러한 상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로 전조등을 켜지 않는 자전거들이다. 일명 '스텔스'라고 불리는 이 자전거들은 갑자기 뒤에서, 옆에서 그리고 맞은편에서 불쑥불쑥 등장해 라이더를 당황하게 한다. 이런 자전거 특성상 추월 시 묵음으로 추월하게 되어 그 위험성은 배가 된다.

스타크래프트 스탑러커 전략. 당해보면 피눈물 난다. 출처) 나무위키 스탑러커 항목

 

그리하여 오늘의 필수장비는 나와 나 이외의 자전거들의 안전을 지키는 전조등이 되겠다.

어찌보면 속도계보다 더 중요한 장비일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뭐 내 마음 아니겠어?

그리고 전조등 중 어떤 제품이 좋은지 추천은 하지 않겠지만,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려 한다.

요즘엔 전조등이 참 잘나오는 거 같다. 나의 전조등은 자이언트 리콘 1100. 몇 번을 바꾸고 안착한 전조등이다. C타입 충전만 되면 만점인데...

 

전조등은 야간에 자전거를 탈 때 무조건 구비해야하는 장비다. 다른 거 다 놔두고 나와도 전조등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반드시 챙겨야 한다. 야간 자전거 라이딩에서 전조등의 역할은 길을 비추는 것 외에도 '여기 사람 있어요'의 의미도 가져간다.(보통 이건 전조등 보단 후미등이 담당하긴 한다 그러나 이번 주제가 전조등이니 전조등도 한다고 하겠다.)

여기 사람 있는거있는 거 그거 알아야 되나? 하겠지만 실제로 조명 없는 자도에서 라이딩 중에 앞에 갑자기 자전거가 등장하면 어떨까. 아직도 여기 사람 있는 거 몰라도 되나? 그때부턴 죽네 사네 마네 라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근데 조명도 없는 자도를 불도 없이 어떻게 가는지... 월광으로 가나...) 

 

그럼 어떤 전조등을 달아야 하나?

단순히 나의 위치를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광량을 조절하여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으며, 단순히 비추기보다 점등이 되는 것이 좋다. 요즘 나오는 전조등들은 주변의 밝기에 따라 광량을 자동 조절해 주는 조도센서가 부착된 것도 있으니, 이런 것을 고려해 봐도 좋다.

 

만약 야간라이딩을 한다고 해도 자도에 가로등이 많은 곳만 간다고 한다면 낮은 조도의 전조등을 사용하여 나의 위치만 알리는 용도로 써도 좋다. 그런 곳이 있나 근데? 해봐야 반포-잠실 정도? 아니면 가로등과 건물 조명 등이 있는 공도로만 갈때도 유용하겠다.

반대로 가로등이 있다가 또 한참 없다가 하는 도로에서 야간 라이딩 시, 조도가 높은 전조등이 좋다. 운전할 때도 도심이 아닌 조명도 거의 없는 외곽에서 상향들을 켜면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야간 시야확보에 용이. 반대편에 차가 없을 때만 쓰자. 출처: 매일경제 ( https://www.mk.co.kr/news/business/7585598)

 

전조등을 사용할 때 반대편 라이더들을 배려하기 위한 묵시적 룰이 존재한다. 바로 전조등 '갓'이다. 전조등 god이 아니고 갓. 삿갓 할 때 그 갓. 자전거 전조등은 자동차처럼 규격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 타러 나가보면 점등, 빠른 점등, 느린 점등 등 다양한 모드와 밝기의 자전거가 오간다. 그중 몇 개 보고 있으면 눈이 멀 것 같은 밝기와 점등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전조등을 사용하지 않는 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대편 라이더가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고 이쪽으로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조등에 갓을 씌워 전조등 빛의 범위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마주 오는 라이더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이런게 명시적으로 자전거 탈 때는 이래야만 해!라고 어디선가 알려주면 좋겠지만, 모 유튜버님께서도 말씀하셨듯 자전거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직접 겪어보고 깨닫거나, 눈치로 알음알음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자출사 같은 카페에 '눈뽕'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피해 사례와 더불어 다양한 전조등 갓 제작 사례까지 풍부한 자료가 있으니, 본인의 전조등과 맞는 자료를 찾아보면 되겠다.

 

갓은 보통 전조등 제작업체에서 파는게 아닌 DIY가 대부분이다. 좀 유명한 브랜드 전조등을 사용한다면, 누군가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판매할 수도 있으니 검색해 보시길.

그게 아니라면 보통 불*리스 같은 요구르트 를 잘라서 전기테이프로 감은 후 전조등에 부착하면 대부분 무난히 쓸 수 있다.

누군가 3D 프린터로 찍은 전조등 갓을 판매하기에 냉큼 구입했다.

 

 

누군가 야간에 자전거를 타러가자고 하면 불 있냐고 물어보자. 없다면 공유자전거를 타는 게 맞다. (공유자전거에는 전조등이 기본설치되어 있음). 클로킹은 게임에서만 하자. 아니 게임에서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