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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자전거 라이더의 품격(필수 장비 리뷰_01)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100번 다 이긴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약간의 왜곡이 있다. 원래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하여 손자병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도 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반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운 지경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는 게 당연지사. 더 자연스럽다. 내 상황과 주어진 상황을 잘 파악한다면, 설령 상황이 안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저 구절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나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는 자전거에서도 적용된다. 현재 내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장비, 자전거 라이더의 품격 시리즈에서 다룰 첫 번째 장비는 속도계 다.(순서와 중요도는 별로 상관이 없다)

속도계의 기능과 종류, 상세한 부분은 많은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나는 속도계가 도대체 뭔데? 쓰면 뭐 빨라짐? 그게 왜 필요한데? 같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속도계. 만화 겁쟁이 페달에서 주인공이 타는 생활 자전거에 처음으로 속도계를 장착하고 감탄하며 하는 대사가 있다. 
'마치 콕핏에 탄 것 같아.' 

콕핏은 운전석/또는 조종석을 의미하는 단어다. 항공기의 조종석은 앉아본 적이 없으니, 우리가 익숙한 운전석을 보면 현재 속도, 엔진의 rpm, 잔유량, 기어상태, 각종 안전 경고등 등 현재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콕핏의 특성을 미니멀화 하여 자전거에 적용한 물건이 바로 속도계 다. 덧붙여 무동력 이륜차에 저런 게 달려 있으면 뭔가 멋져 보이기도 한다.(개인취향)

속도계는 자전거의 감성을 드레스업 시켜주기도 한다. 컬러 깔맞춤은 그 수단 중 하나.


속도계는 현재 나의 속도와 케이던스를 기본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추가되는 센서에 따라 파워, 심박, 기어 상태 등을 추가로 보여준다. 속도계에 따라 내비게이션이 되어주기도 하고, 최근에는 공도 주행 중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경고해주기도 한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기본기능(속도/케이던스/파워)에 충실한 제품이 맞을 수도 있고, 이것저것 처리하는 다재다능한 속도계가 맞을 수도 있다. 나는 같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 이제 취미로 자전거를 시작하신 분들께 제일 먼저 속도계를 추천드린다.
현재 나의 페이스, 남은 거리, 평균속도 등 내 현재 위치와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상황에 맞게 내가 어떻게 자전거를 탈지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계 없이 앞사람만 따라가다 보면, 이게 언제 끝나는지, 언제 업힐 다운힐이 나오는지, 이 그룹의 평속은 얼마고, 파워는 어느 정도 쓰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 게 중요하냐. 중요한 건 의지다. 자전거는 여유롭게 묵직하게 페달 밟으면서, 주위 풍경도 보고, 같이 타는 사람들과 얘기도 하면서 가면 금방 간다.
라고 하신다면, 넵 그렇게 타시면 됩니다. 전혀 반박할 생각이 없습니다. 나하고만 같이 안 타면 되지 뭐.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면서 타거나,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서 팩으로 타는 등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그중 멀리(70km 이상) 라이딩 다니는 유형의 라이더 분들이 자전거 타는 것 중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효율성'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주위 풍경도 물론 보겠지만, 장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체력안배와 몇 시까지는 어느 포인트에 도달해야 하는 시간안배, 가는 길 최대한 경로와 가까운 곳에 보급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안배(보급만을 위해 장거리 라이딩을 하기도 한다. 예) 맛집벙 등) 등 장거리 라이딩을 완주하기 위해 효율을 중시하게 된다. 
이때 이러한 선택이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제일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속도계다.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가다가 서서 한번 보고, 또 가다가 뭐였지? 하면서 또 멈춰서 보고 이걸 반복하는 것은 장거리 이동에 있어 상당히 효율이 떨어진다.

물론 단거리를 다니게 되면 효율성을 중시하지 않아도 되니 속도계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아니 솔직히 집 근처 편의점이나 마트 또는 가까운 카페 가는데 당연히 누가 속도계를 하겠냐고...(물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안 함. 존중합니다.)
단거리라고 해도 훈련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속도계를 활용할 수 있다, 아니 훈련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써야 한다. 저강도든 고강도든 내 현재 상태가 훈련 목적에 맞게 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만약 존 2 훈련(흔히들 저강도훈련이라고 부르며, 대충 상대적으로 낮은 파워를 최소 1시간 이상 유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와중에 답답하다고 하여 파워를 올리게 되면 이건 저강도도 고강도도 아니여. 

단순히 어디서 어디를 이동하는 이동수단으로써 자전거를 사용한다면, 당연히 속도계 같은 것들은 필요도 없고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이동수단은 우리 주변에 많다(따릉이, 전기따릉이, 씽씽이 등)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연인끼리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데, 아 내 파워를 좀 보여줘야겠구먼, 자기야 잠깐 멈춰봐 하면서 주섬주섬 속도계 끼는 사람이 어딨겠냐고...(물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없길 바랍니다.)
어느 것이 더 우월하냐의 문제가 아닌 목적에 맞는 선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속도계는 자전거 라이딩을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스포츠와 취미의 영역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다면, 그때 가서 속도계? 하면서 고민하면 된다.

결론)
단순 이동수단 : 속도계 필요 없음
단순 이동수단 이상 : 필요할 수도 있음
장거리 및 단거리 훈련 : 이쯤 되면 걍 하나 쓰세요. 

추가)
속도계의 화면은 고정이 아니다. 여러 세팅을 미리 해두고 화면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사실.

[다양한 화면들이 있다. 화면은 여러 개를 사용하는 편이 유리함. 내 속도계 화면 세팅. 고도는 거의 쓰지 않음.]

보통 상급 구동계에서는 핸들 레버에 속도계와 연동되는 스위치가 있어서 그걸 누르면 화면이 전환되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주행 중에 손가락 하나로 다양한 속도계 화면을 볼 수 있는 것. 그런 기능이 없으면 직접 속도계를 터치하거나 나처럼 물리버튼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데 주행 중에 이런 행위는 상당히 위험하니 되도록 자제합시다.

이상 자전거 탈 때 속도계 화면 1개만 쓰는 사람이었습니다.